국내에서 헌혈 장려 정책만큼 폭넓은 Brainstorming이 이루어진 분야도 없지 않을까 한다. 헌혈 사은품은 빵과 우유에서 우산, 영화티켓 등으로 진화하였고, 헌혈 '카페'가 만들어졌으며, '1초의 찡그림' 같은 훌륭한 광고도 여럿 제작되었다. 일반 국민의 호응이 적으니 학교, 회사 등 단체 기증을 찾아다녔고, 군인들을 동원하였으며, 주기적으로 '피가 모자라' PR을 언론에 실었다.하지만, 이런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는데도 혈액 비축분은 채 3일을 넘지 못한다. 천재지변으로 인해 헌혈이 중단되면 2,3일 후 수혈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뜻이다. 모자란 혈액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출처가 불분명한 혈액 수입으로 인해 에이즈 등 감염에 대한 위험에 노출된 상태이다.
사실 혈액 공급을 늘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헌혈에 대한 대가를 돈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저소득층의 과다 수혈로 인한 각종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실제로 시행하고 있는 국가는 많지 않다.
그렇다면, 매혈만큼 효과가 높으면서 그 부작용은 적은 대안은 없을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이미 시도되었는데 다른 여지가 남아있을까?
Semi-good, 결과를 합리화할 수 있을 수준의 사행적, 선정적 방법들은 차마 대한적십자사가 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를 어지럽히지 않는 수준에서의 Trick으로 사회에 보다 도움이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 과감한 시도를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1. 돈은 받았지만, 매혈은 아닙니다.
- 600cc를 헌혈하고 5만원을 받는다면,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헌혈할 것이다. 하지만 600cc를 헌혈하고 100만원을 5%의 확률로 받을 수 있다면, 생계를 위해 직업적으로 헌혈하는 행위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일확천금의 유혹에 이끌려 유입되는 사람들은 증가하는데 반해, 저소득층의 '직업적' 행동패턴은 나타나기 어렵다.
- 시스템화하여 운영하기 벅차다면, 헌혈하는 사람들에게 빵 대신 로또를 쥐어주는건 어떨까?
2. 헌혈해서 동남아 여행 갑니다.
- 현금 지급은 부적절하고, 현재의 사은품이 부족하다면 그 중간을 노려봄직 하다. 일명 '기업통화'로 불리는 마일리지나 포인트로 헌혈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건 어떨까. 휴대폰에서 쓸 수 있는 기프티콘도 있다. 이것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는 어렵겠으나, 보다 열심히 참여할 유인은 되지 않겠는가.
- 어느 회사의 포인트로 지급하느냐에 따라 기업 입장에서도 다양한 마케팅 시도가 가능해지므로, 적십자사가 500원을 낸다면 기업에서 1,000원 가치의 포인트를 제공하도록 할 수 있으니 참여자 입장에서도 이익이다.
3. 내 아이를 위해 헌혈합니다.
- '자식사랑'에 기생해 벌어먹고 사는 산업들의 규모가 국내에서만 수십조에 달한다. 그 사랑의 범위를 세상으로 넓힌다는 유익한 취지 하에 살며시 빨대를 꽂아보자.
- 정부 주관 인터넷 강의 수강료 일부를 헌혈증으로 대신할 수 있다면? 가족 합산 헌혈증 갯수에 따라 대학입시에서 가산점을 준다면? 헌혈을 해야만 얻을 수 있는 메이플스토리 아이템이 있다면?
헌혈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의료 인프라 측면 뿐 아니라, 더 큰 사회 공헌과 기부로 이어질 수 있는 개인의 초기 Hurdle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헌혈은 자신의 몸을 남과 나누는 일종의 의식(Ritual)이고, 이러한 경험을 통해 자신이 남에게 베풀 수 있다는 원초적인 인식을 가져다준다. 헌혈을 경험해보고,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따라서, 다소 착하지 못한 의도에 의해서라도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 의식을 거치게 되면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파장을 가져오지 않을까 한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마이크로파이낸싱의 프론티어, 그라민 은행도 알고보면 '별로 착하지 않은' 이자율을 적용한다. 크나큰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이정도 흠은 애교로 봐줄 수 있지 않을까.


